보드게임 만들기에 가장 중요한 단계는 바로 끊임없는 테스트 플레이와 수정 작업입니다. 아주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막상 게임을 만들어보면 생각보다 재미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테스트 플레이가 재미없었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건 이렇게 지루한 게임이 아니었는데..., "라고 실망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처음 생각한 게임은 원래 재미없으려니, 원래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테스트 플레이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볼 수 있습니다. 그중 제가 알고 있는 몇 가지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1) 무작정 테스트 하기
2) 테스터에게 피드백받기
3) 테스트 장면 녹화 하기
무작정 테스트 (게임 개발 초반)
게임 개발 초반, 즉, 게임 아이디어가 이제 막 떠올라서 보드게임을 만들었다면 그냥 생각한 아이디어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플레이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게임을 예쁘게 만들 필요 없이 카드에 연필로 쓱쓱 적어서 만들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는 시판 보드게임 컴포넌트들을 활용해서 우선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야 하는지 여러 번 플레이해보세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사람들과 테스트 플레이해보기보다는 좀 힘들더라도 혼자서 플레이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평소에 인덕을 잘 쌓거나, 보드게임 모임 같은 곳에 속해있다면, 아무리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즐겁게 플레이해주고, 피드백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우선은 게임다운 모양새를 갖추기 전까지는 혼자서 스스로 플레이해보면서 만들어도 괜찮습니다.
규칙을 여러 번 바꾸거나 확정하면서 만들다가 앗! 이거다!라고 하는 순간이 생길 거예요. 저는 게임 하나 만들 때마다 적어도 10번 이상씩 룰이 바뀌는 것을 경험합니다. 마지막에는 처음에 구상했던 보드게임과 완전히 다른 게임이 탄생하기도 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플레이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맘에 드는 메커니즘이 생겼다면 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사람들과 함께 테스트 플레이를 해봅니다. 혼자서 테스트하는 것과 사람들과 함께 테스트해보는 것이 비슷할 수도, 차이가 날 수도 있는데요. 제 경험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각기 다른 배경지식,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플레이 스타일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플레이해보고 뭔가 의도대로 게임이 잘 돌아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면 됩니다.
테스터에게 피드백받기
메커니즘이 잘 작동되고 게임도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었다면 테스트 플레이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보드게임 개발자들이 모이는 모임에 들고 가서 사람들에게 피드백과 조언을 받아볼 수도 있고, 테스터를 모집해서 테스트 플레이를 해볼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테마까지 다 완성된 상태에서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여러 가지 다양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카드게임을 만들었을 때 카드를 잡는 방식이나, 글자의 위치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어요. 세상에 모든 사람이 오른손잡이가 아니고, 모든 사람이 좌뇌형 또는 우뇌형 인간이 아니 듯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 다 달라서 가급적이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피드백 종이를 만들어서 테스트 후에 게임에 대한 의견을 '익명'으로 받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테스트를 해주는 경우에는 만드는 사람의 기분이 상할까 봐 좋은 말만 해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냥 느낀 점을 쓰기보다는 수치를 객관화 면 더 좋은데요. 예를 들어 "다시 플레이해보고 싶은가?", "규칙은 이해하기 쉬웠나?", "게임은 지루하지 않았나?" 등의 질문이나 만약 판매까지 염두에 두고 싶다면 "얼마에 이 게임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가?"등의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 예/아니오 대답보다는 1점부터 5점 정도의 점수판을 만들어두고 체크하게 하는 방식이 통계를 내기에 더 좋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열릴지 안 열릴지 모르겠지만, 아마추어 보드게임 행사인 비콘 페스티벌이나, 보드게임 페스타, 보드게임 콘 등의 행사에 개인 작가로 참여해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드게임을 소개하며 테스트해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보드게임을 설명하고 사람들이 즐겁게 게임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보드게임 페스타 등의 행사는 보드게임 업체 종사자 분들이 많이 오시기 때문에 게임의 완성도가 높은 경우에는 바로 업체와 계약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테스트 장면 녹화하기
또 하나 효과적인 방식의 테스트는 사람들이 게임하는 장면을 녹화하는 것인데요. 이것은 특히 UX/UI를 개발할 때 많이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사람들에게 게임의 규칙을 따로 설명하기보다는 규칙서를 주고 사람들이 규칙서를 잘 이해하고 플레이를 하고 있는지 녹화를 해보는 것인데요. 사람들이 카드나 컴포넌트를 어떻게 잡고 어떻게 놓는지부터, 게임의 분위기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플레이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다양한 사람들의 플레이 모습을 담는 것이 좋고, 한 집 단당 5번 정도 녹화를 해서 평균을 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할리갈리 게임을 만든 하임 샤피르 작가도 게임 방식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고려해서 제작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사람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기 위한 게임이라면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게임하는 내내 심각하게 게임에 임하기보다는 서로 웃고 대화하는 모습이 많도록 게임을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반대로 서로 머리를 쓰는 전략 게임을 만드는 경우에는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이 만들려고 하는 게임의 목적에 따라 어떤 분위기를 만들지, 게임이 끝났을 때 서로 와아! 하고 끝낼 수 있도록 게임의 흐름까지 잘 디자인하면 보다 더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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