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이코지만 괜찮아 드라마가 열풍이네요. 여자 주인공인 고문영은 반 사회적 인격 성향을 가진 인물로 학대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어 자기 방어 기제로 시대착오적인 의상과 헤어를 고수해요.
흔하게 접하는 정신질환
여러분은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질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현병 환자는 가끔 뉴스에서 볼 수 있지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공황장애)는 환자에 관한 이야기는 자주 접할 수 있는 흔한 이야기가 되었어요. 저도 정신질환은 저랑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정신 질환을 테마로 한 창작 보드게임의 테스터로 참여하면서 제가 가진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조금씩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사람들에게 "나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어"라고 무기력하게 말하거나, "나 이번에도 시험에 떨어지면 어쩌지?"라고 불안해하거나,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나 봐"라고 망상을 하거나, 새로 산 물건을 초반에 깨끗하게 쓰려고 노력하거나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싶어 지는 충동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면 아마 조금은 동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단순하고 착하게 살고 싶어도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드라마 주인공처럼 어린 시절에 겪은 큰 사고가 트라우마가 되어 가끔 내 인생에 툭툭 튀어나오기도 하고, 주변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자라다 보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는데요. 이 상처를 잘 풀어내지 못하게 되면 더 큰 상처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외국은 상담을 받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퍼져있다 보니 마음이 힘들 때 언제든지 기댈 곳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정신 병원에 가거나 상담을 받는 것을 조금 꺼리는 문화라서 안타깝습니다. (비용이 부담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늘 테스트해본 보드게임이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내 머리속의 무지개
오늘 '내 머릿속의 무지개'라는 보드게임의 테스터로 참가했는데요. 이 게임은 여지우 님이 만드신 창작 보드게임입니다. 정신 장애의 주요 증상들을 나타내는 카드로 재미있는 복불복(Push-Your-Luck) 게임을 만드셨어요. 단순한 규칙이었는데 생각보다 전략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있어 너무 재밌었습니다.
내 머릿속의 무지개는 여러 가지 색깔의 요괴가 그려진 정신 장애 카드와 특수 카드 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자 한 장씩 카드를 가지고 시작하고 상대에게 보여주지 않아요. 이 것을 '무의식'으로 표현하셨더라고요. 내가 가지고 있지만 아직 밖으로 표출되지 않은 성향이니 무의식이라는 표현이 정말 절묘하게 맞는 것 같아요. 감탄!
게임을 시작하면 선 플레이어부터 가운데 카드 더미에서 한 장씩 카드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원래 가지고 있던 무의식 카드와 새로 가져온 카드 중에 하나를 테이블 가운데에 내려놓습니다. 테이블 가운데를 '사회'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사회는 사람들이 표출한 정신 장애 카드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내가 표출한 나의 성향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나타냈다고 해요.
플레이어는 사회에 모인 카드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사람에게 턴을 넘기고 만약 사회에 모인 카드들이 마음에 들면 스톱을 외쳐 그 카드들을 내 앞(내면)으로 가져오는데요. 이 것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나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나타내셨다고 합니다. 사회(사람들)와 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카드를 내어놓고 가져오는 것으로 표현하다니 정말 기발해요!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라운드마다 점수를 많이 얻어야 하는데요. 점수는 카드에 그려진 동그라미 개수의 합입니다. 그런데 만약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6가지 색깔 중 내면에 빠진 색깔이 있다면 색깔 하나당 1점씩 차감됩니다. 그래서 최대한 여러 가지 색깔의 동그라미를 많이 모으는 게 좋아요.
그런데 문제는 똑같은 색깔의 동그라미가 5개 이상 넘어가면 기껏 모은 카드를 버려야 합니다. 잘못하다간 점수를 많이 잃을 수도 있어요. 우리 내면에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의 성향들을 너무 과하지 않게 잘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다고 해요. 정말 공감되지 않나요?
특수 카드 중에 상담받기 카드는 내 카드를 상대방과 한장씩 바꾸는 것이었는데, 이 카드로 다른 사람의 카드를 몽땅 버리게 하고 내게 필요한 카드를 가져오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저희 테이블에는 다들 승부욕 최고의 사람들만 모여서 한 턴 한 턴이 치밀한 전략 싸움을 했습니다.
저희는 한 번 테스트를 하고나서 두 번째 테스트에서는 좀 더 재미있는 플레이를 위해 정신 장애 카드를 낼 때마다 그 카드가 가진 행동을 표현해보기로 했는데요. 이게 정말 핵꿀잼 포인트였어요!!
우울증 카드를 낼 때는 "아 오늘 정말 우울하다"라고 말하면서 내리고, 과욕 카드를 내리면서는 "이 카드도 저 카드도 갖고 싶다!!"라고 말하고, 편집증 카드를 내릴 때는 카드를 막 일렬로 줄을 맞추기도 하고요. 다들 연기력이 굉장히 뛰어나서 게임하는 내내 하하호호 즐거웠습니다.
카드를 내릴때마다 카드의 내용을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카드에 적힌 내용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교육 목적으로 게임을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이런 부분을 잘 살리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교육 목적이 아니더라도 게임 자체가 재미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 게임을 테스트해보며 정신 질환이 꼭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 또한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기 같은 일이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고, 특정한 성향이 넘치치 않게 잘 컨트롤 하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게임은 올해 말~ 내년 초에 펀딩할 계획이라고 해요. 예쁘게 단장해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게임으로 거듭나기를 응원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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